< "금메달 땄어요" > '제53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한국 영재들이 목에 우승 메달을 걸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문한울, 박태환, 박성진, 김동효, 장재원, 김동률 학생. 교육과학기술부 제공


“만점이 나오지 않아 좀 아쉽긴 하지만 우리나라가 우승했으니 만족해요. 내년에 다시 도전해야죠.”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한국의 사상 최초 우승을 이끈 열다섯 살 김동률 군(서울과학고 1학년)의 소감이다. 그는 16일 아르헨티나 마르델플라타에서 막을 내린 제53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42점 만점에 40점을 받아 전체 548명 중 2위에 올랐다. 중학교를 조기 졸업한 김군은 일반 학생들의 중학교 3학년 나이에 불과하다. 한국 대표단에서 가장 어리지만 종합 1위 달성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틀간 하루 4시간30분씩 6문제를 풀어 모두 정답을 맞혔지만 애매한 채점 기준 때문에 싱가포르 학생에게 1등을 내준 게 조금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 대표단을 이끈 송용진 단장(인하대 수학과 교수)은 “김군이 완벽한 답안을 작성해 1등을 할 수 있었지만 계산한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기존에 없던 기준이 적용돼 2점이 깎였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지시간 15일 오후 11시, 축하연 장소에서 기자의 전화를 받은 김군은 “조합에 관해 다룬 한 문제를 제외하고는 많이 어렵지 않았다”며 “평소 수학 문제를 많이 풀고 부모님과 함께 학습 방향과 계획을 짜며 스스로 해결 능력을 키웠던 게 좋은 효과를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방법을 적용해 볼 수 있어 어릴 때부터 수학 문제 푸는 걸 좋아했다”며 “앞으로 공부를 계속해 수학 분야 노벨상인 필즈메달(Fields Medal)을 따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군이 아쉽게 개인 1등 자리를 놓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서 참가학생 6명이 모두 금메달(상위 16% 성적 이상)을 따내는 성과를 거두며 총점 209점으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가 물리, 화학, 정보, 생물, 천문, 지구과학 등 다른 국제과학올림피아드에서 우승한 적은 있지만 수학올림피아드에서 종합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8년 제29회 호주 시드니 대회부터 25차례 참가, 2006년과 2007년 3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고 지난해에는 13위에 그쳤다.

이번 대회에서 장재원 군(서울과학고 3학년)이 38점으로 전체 4위, 문한울(세종과학고 2학년), 박성진 군(서울과학고 2학년)이 각각 9위(36점), 15위(34점)로 참가자 대다수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덕분이다. 4개 대회 연속 1위를 차지했던 중국은 올해 금 5개, 동 1개, 총점 195점으로 한국에 밀려 2위에 그쳤다. 194점의 미국(금 5, 은 1)과 177점의 러시아(금 4, 은 2)가 뒤를 이었다.

예년에 비해 학생 대표단의 역량이 뛰어났던 게 좋은 성적을 낸 배경으로 꼽힌다. 이승훈 부단장(영동대 수학과 교수)은 “지난해 대표단 에이스였던 학생이 올해도 참가했는데 올해는 그보다 성적이 좋은 학생이 여러 명 있었다”며 “국내 시험의 난이도를 높여 미리 준비했던 것도 좋은 성적을 낸 배경이었다”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Posted by 라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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